Q. 움직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by 양재혁

2014년 독일계 매거진과 함께 한 인터뷰 중

Q. 움직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빨간약? 파란약?

“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 walking the path.”
이 문장으로 얘기를 시작하고 싶다. 마음 속에 새기고 사는 말인데, 영화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이 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를 많이 묻고는 한다.
그건 아마 우리가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더 많이 그점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우린 우리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이것이 ‘디자인’인지 몰랐다는 이야기다.
단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우린 디자인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사랑하고 있더라.
우린 그런 생각을 했다.
축복과도 같은 삶인데 매 순간이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촉각적으로 감각적 감동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이 아름다움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는 그것을 야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그것이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이라는 사실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우리 삶은 매순간이 움직임으로 정의되자나 그 매 순간이 감동적이라면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조금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는 그냥 우리 모두가 더 이 감동적인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꿈꿀 수 조차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도 함께하고 싶고.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Q. 움직임이 추구하는 삶을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건 우리가 왜 디자인하느냐와 함께한다. 우리는 물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 미적인 순간 그자체를 중시한다. 우리 회사 이름이 움직임인 이유이기도 하다. 삶의 모든 순간에는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은 그 모든 순간에 있고 싶다. 만년필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는 필기감에 대해 얘기한다. 단순이 잘써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의 경험에 감동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을 우리는 평소에 얘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책을 꽂을 때 물을 틀을 틀 때 조명을 조절할 때. 하지만 그런 순간의 움직임들이 (movement)이 모여 삶을 이룬다.  우리는 그 움직임movement아름다움, 그리고 그 삶의 매순간moment을 이루는 움직임(movement)의 미학을 통한 삶의 감동을 추구한다. 짧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고, 그 순간의 감동이 모여 삶의 감동을 이룬다고 믿는다.

Q. 공대출신으로 디자인을 한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단 우리는 디자인이 인간의 보편적 언어라고 믿는다. 그렇게들 말하지 않는가.
“”Everything is Design.” 하지만 그렇게 디자인을 사랑함에도 모두가 디자이너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 그리고 우리 팀의 대다수는 공대를 나왔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우리 중 몇몇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공대를 왔다.  애초에 4년전, 창업자였던 5명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동기들이었고 그 중 한 명은 나와 Integrated Creative Design이라는 과정을 함께 하기도 했고 나머지 3명은 이미 3년쯤 함께 공부를 하던 친한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삶 속의 감동을 추구하기 위해 움직임이라는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이 생각이 디자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모토는 “Engineers, dive into your life.” 였다.
(지금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파트너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슬로건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지금의 슬로건은 “UMZIKIM for Better Tomorrow”이다)
우리는 원래 엔지니어의 역할이 삶속의 물건들을 만들고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물건은 인공위성이나 자동차 뿐만아니라 책상이나 볼펜등의 물건을 포함한다.
산업혁명시기를 거치며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길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각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마지 다른 언어와 같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개념을 ZIP-UP하고 싶다. 지퍼를 올리듯이 엮어 올리고 싶다.
그것이 움직임의 또다른 의미이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로써의 움직임.

Q. 현재 올해있었던 전시와 그 성과 그리고 내년의 계획은?

2013년에 밀라노 신인디자이너전인 Saloni Satellite 참여이후 많은 콜레보 기회들과 전시초청이 있었다. 그 전시때 전시기간에도 전시가 끝난 후에도 이탈리아 언론에 소개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의 홍보물에 대표적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큰 신문사에서 올해 눈여겨봐야할 디자이너라며 소개해준 것이 한 몫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좋은 기회도 많았지만 준비가 안되었던 시기였고, 우리는 사실 올해의 전시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였다. 작년에 전시를 하면서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콜레보들도 너무 욕심났지만 우리 것을 한없이 해보는데 힘을 써보고 싶었다. 초청받은 전시중 밀라노의 Satellite, 뉴욕의 ICFF, 런던의 100% design을 이제 막 마친참이다.

전시 이후에 뉴욕과 밀라노 최고의 디자인 편집샵인 <ABC home>과 <Spazio Orlandi>에 입점하게 되었다. <ABC home>과는 흔치 않게 추후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대해서도 얘기중이다. 그리고 Orlandi에서 평소에 콜레보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 특별히 이번 겨울 크리스마스기프트 시리즈를 콜레보하게 되어 12월에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한국에서도 런칭할 곳을 물색중이다. 재밌는 프로젝트여서 기대가 많이된다. 또 밀라노 디자인 위크 ISALONI의 위원회 측과 아직은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못한 세계최대의 디자인쇼를 홍보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있어, 한국에 이 전시와 그 신인디자이너전인 Satellite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를 내년초쯤 함께 마련하게 될 것 같다. 그 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Norman Foster의 Foster&Partner 측에서 문구류 제품과 그 생산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서 Cooperation-Gift 등을 작업중이다. 평소에 너무나 존경하는 곳이기에 기분 좋게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판매도 앞두고 있어서 Spazio Orlandi와의 콜레보 제품과 함께 곧 런칭을 할 예정이다. 기대해달라.

2015 11월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앞두고.

에필로그  다시 읽어보며
패기롭고 호기로웠던 시기였던 것 같다. 사실 아직도 그런것 같아 걱정이지만.
밀라노 전시는 로산나/말바 모두와 함께하며 업계내에서 약간의 이슈가 되었다.
그 둘은 밀라노 디자인계의 끔찍한 라이벌이다…
지금은 이제 막 파리의 Le Bon Marche 와 크리스마스 시즌을 시작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abc home&carpet 와 Le Bon Marche 작은 성과일지 모르지만 한국 리빙 제품이 유럽의 리빙 제품과 시장에서 겨룰 수 있게 되는 시작일 것 같아 기쁘다. 우리도 우리가 여기까지 조차도 올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이제 앞으로 우리 세대가 만들어갈 시대가 더욱 기대된다.

로산나와 지난 4월 어찌보면 작고 새로운 시도를 여러가지로 해보았고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 결국 그녀와 함께 선보인 Look At Me 콜렉션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1년 반 간의 이런 시간이 디자인이라는 범주 안에서 공학과 미학을 한데 섞고자하는 움직임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큼 일이 재미있다.
아직 젊기도 어리기도한만큼 더 많은 실험을 해나가고 싶다. 지켜봐달라.
Look At Me. UMZIKIM for Better Tomo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