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얘기에서 느꼈을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해본 적이 딱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고, 만들고 싶은 것을 “기발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또는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나에게는 소위 나만의 디자인 철학 따위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움직임이 되었다.
20대 초반 나름 고민 많이 했던 그것은 따로 다루어 보겠다.
그래도 그것을 나는 꼭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만드는 것을 잘하고 싶다.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구분짓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싶어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불편해하였다. 그것이 너무나도 중요했다보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저기에서 근엄하게 말했다. 

 

Everything is Design!!

네?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근데 왜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죠?

몇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 중 하나.

나의 첫 디자인과 수업이었다.
시작하며 얘기하지만 난 그 시절 기분 나쁘지 않았다.
배우고 있었으니까.
내가 모르기 때문에 잘못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 많았다.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시작해본다.

나는 그냥 기계과 학생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연계전공 융합전공 같은 것들이 막 생겨나는 시기였다.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준비했다는 디자인.기계.경영대가 함께하는 전공의 첫 몇 학생중 하나였다.
보수적인 학풍을 자랑하는 곳에서 나름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난 디자인과에 가서 첫 수업을 들었다.

디자인을 해오라는 과제와 더불어 스케치 과제들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앞에서 평가되었다. 과제는 버거웠고 약간 내 모습이 웃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무슨 바람인지 그 학기에 나름 처음 디자인과 수업을 듣는다며 작은 디자인사무실에 부탁을해서 스케치 등을 방학내내 열심히 배웠다. 참으로 열정 넘쳤다. 아 더웠다. 그 수업엔 한국에서 그래도 그림 좀 그려본 선후배들이 앉아있었다.

평소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은 쪽팔렸다.

사건은 학기 중간 평가때 발생했다.
내 디자인 컨셉을 발표하며 나는 Bauhaus 를 언급했고 나름 그 방법을 살려 디자인을 제안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
그리고 난 오래된 실패한 사조라며, 공부를 덜해서 실패한 디자인 철학을 다룬다며, 노교수에게 비웃음을 샀다.

많은 이들 앞에서 나는 굳었다.

나름 이런 저런 설명을 해가며 나의 생각을 전달해보고 싶었으나.
선명하게 그 비웃음이 기억난다.

기말이 끝나던 그날까지 난 참 힘들게 그 수업을 들어갔고 매주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근 8년이란 시간이 지난
다시 생각해봐도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